드디어 글을 쓰네요..
개원한 지 2달 정도 되었습니다.
준비 기간부터 지금까지 쭈~욱 정신이 없네요.
특유의 무모한 성격탓에 그럭저럭 버티고 사는 것 같습니다.^^
음.. 우선 한의원 인테리어가 굉장히 잘 나왔습니다.
누구는 호텔 같다 하고, 누구는 치과나 피부과 같다 하고, 누구는 카페 같다 하고..
그러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합니다.
CJ 디자인 채실장님 작품입니다. 이분 보기 드물게 감각있고 독특한 성격의 소유잡니다.
(저한테 독특하다는 소리 왠만해서는 듣기 힘듭니다 ^^)
일단 무지하게 깐깐하고 사소한거 하나라도 그냥 안넘어갑니다. 제가 무척 까다로운 편인데 신경 안쓰고 처음부터 끝까지 믿고 맡겨도 저보다도 더 알아서 잘 해주는 제가 만나본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한분인 것 같습니다.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게 어려운 문제에 자기 일처럼 발벗고 나서주시고, 제가 개원하는데 가장 큰 덕을 본 분이랍니다. 항상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요즘 매일같이 잔소리를 해대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식구들..
이선생님, 박선생님, 안선생님.
이샘은 겉보기 나이는 20대 중반인데, 아들이 벌써 고3입니다. 야리야리하고 눈 큰 전형적인 미인입니다. 저랑 나이가 같은데도 꼬박꼬박 원장 대접을 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미안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라치면 초등학생처럼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집중해서 들으시는데, 한마디도 안빼먹고 다 기억해서 실행합니다.(놀라운 집중력! 다만 하나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일은 못합니다. 한번에 두가지는 안되는 ㅠㅠ) 제가 뽑아서이겠지만, 어째 원장보다 더 고지식하야 거짓말도 못하고 가끔 제가 많이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만 그냥 그게 더 좋습니다. 역시 제 취향대로 가는 듯 합니다.^^
박샘은 중의대 졸업하신 분이고, 남자분이십니다. 한의원에서는 탈의를 많이 하는데 여자분들의 거부 반응이 클 것이다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생각보다 환자분들은 별 상관 안하시네요. 이 분 또한 지나치게 고지식하야 요령이 없는 관계로 FM대로 갑니다. 한번이라도 더 해드리려고 하는 마음이 환자분들에게 보이는지 팬이 많습니다. 며칠 전에는 어떤 환자분이 전화가 오셔서는 우리 아저씨가 한의원에 가실건데 박선생님이 맡아서 봐달라고 지명 전화도 하시더군요 ㅠㅠ
안샘은 가장 늦게 오셨는데, 엄청 엉뚱하고 재미있는 40대 아줌마이십니다. 발상과 말솜씨가 개그맨 울고갈만큼 예술인데, 어제는 걸레에서 냄새가 나는것 같다고 했더니, 걸레를 삶으시겠다고 그릇에 담아 트리오 몇방울을 타서 전자렌지에 돌리시더니 '박샘~ 걸레 1인분 배달이요~~ 찬물에 휘휘 저어 헹궈주세요~~'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아~~~ 월요일 조회 시간에 걸레는 음식이 아니니 전자렌지 사용을 불허한다 등등등 또 잔소리를 해야 하는군요 ㅠㅠ 저는 언제 이 신세에서 벗어날까요..)
얼마전부터 하도 뭐라고 떽떽거려 놨더니(제가 살면서 누구한테 싫은 소리해보고 악역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이 분들이 저만 보면 멀찍이 떨어지시고 저랑 안놀아줍니다 ㅠㅠ 조만간 왕따 되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 그래도 이분들이 많이 착한 덕에 제가 이만큼이나마 잘 지냅니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을 저는 왜 매일 들들 볶는 것일까요. 아~ 저도 좋은 원장 되고 싶습니다~~ ㅠㅠ (의료 현장이다 보니 이게 쉽지가 않네요. 잘못하다 보면 실수로 연결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한달 경비를 어찌 충당하나.. 걱정하면서 살아야 하긴 하지만,
가끔 환자분들이 맛있는 빵이나 케익이나 곶감도 사다주시고, 집에서 직접 내린 커피도 가져다 주시고, 오늘은 꼬마 환자 어머님이 맛있는 거라 일부러 사오셨다며 원두 커피 한봉지를 선물로 주시고, 단골 할아버님 한분도 사람수대로 사왔다며 초컬릿 다섯 상자를 주고 가시네요.
저는 역시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오늘 문득 드는 생각..
역시나 돈 많이 버는 것보다는 환자분들 빨리 낫는 것이
훨씬 보람있고 즐겁습니다.
전에는 잘 몰랐는데 막상 개원을 하고 보니, 제가 이런 호사를 누리기에는 공부와 경험이 참 미천하다는 자각이 부쩍 듭니다.
이제 정신 좀 차리고.. 공부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 마음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끄럽습니다.










